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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 시인의 시 '아가야'

2005/09/09 14:43
아가야


해뜨기 전 새벽 중간쯤 희부연 어스름을 타고 낙심을 이리처럼 깨물며, 사직공원 길을 간다. 행인도 드문 이 거리 어느 집 문 밖에서 서너살 됨직한 잠옷 바람의 애띤 개집애가 울고 있다. 지겹도록 슬피운다. 지겹도록 슬피운다.

웬일일까? 개와 큰집 대문 밖에서 유리 같은 손으로 문을 두드리며 이 애기는 왜 울고 있을까? 오줌이나 싼 그런 벌을받고 있는 걸까? 자주 뒤돌아 보면서 나는 무심할 수가 없었다.

아가야, 왜 우니? 이 인생의 무엇을 안다고 우니?
무슨 슬픔 당했다고, 괴로움이 얼마나 아픈가를 깨쳤다고 우니?
이 새벽 정처없는 산길로 헤매어 가는 이 아저씨도 울지 않는데......

아가야, 너에게는 그 문을 곧 열어줄 엄마손이 있겠지.
이 아저씨에게는 그런 사랑이 열린 문도 없단다.
아가야 울지마! 이런 아저씨도 울지 않는데......

macca 감상 , Keyword 천상병

2005/09/09 14:43 2005/09/0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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