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로망 - #3 면도기
2006/03/19 23:51
처음 면도를 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남자로 태어나 자신의 성장을 느끼게 해주는 몇가지 사건이 있는데 그 중에 첫 면도도 상당히 의미가 깊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면도기로 가느다란 솜털같은 수염을 깍지만 조금 지나면 어느덧 수염은 굵고 거칠어져 자신만의 면도기가 필요로 해 진다. 그러면서 면도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사실 남자라면 모두 알겠지만 자신의 면도기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불만족이 면도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절대적 필요에 의한 것이기에 면도기에 관한 집착은 사치스럽다거나 불필요한 관심으로는 보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어떠한 면도기를 써도 자신의 면도는 조금도 낳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면도기를 사고 첫 면도를 하고나면 전에 사용했던 면도기 보다 별로 낳은 성능을 보이지 않는 신형 면도기에 실망을 하게 된다. 실망은 반복되고 그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더이상 면도기에 대한 기대는 가지지 말아야 정상인 것이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면도기 광고를 볼때면 마음이 설레인다. 내가 찾는 완벽한 면도기가 나왔다는 벅참 기대로 정신이 혼미해 진다. 새로 나온 면도기를 사용하면 짧은 시간에 작은 수염하나 남기지 않고 말끔한 면도가 가능하리라고 상상하게 된다. - 여러차례 경험에 의해서 이런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안다. - 경험에 의해 획득한 지식이 이토록 무시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항상 새로운 면도기는 획기적일 꺼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는 곧 실망을 한다.
처음 면도를 시작했을 때 우리는 남자의 어리석음에 한껏 도취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