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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0 -- jumping

jumping

2008/03/20 04:22

여느 때처럼 지하철의 목적지 역을 한 정거장 앞서 A역에서 자리를 일어났다. 익숙한 정거장의 모습이다. 출입구 앞에 서서 한 정거장을 갔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항상 그렇듯 무의식적으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내려야 할 B역이 아니다. 여기는 E역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 자신의 실수로 상황을 설명한다. 착각이라 던지 정신을 놓고 있었다던지 그런 변명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지극히 안정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친구인 여자 두 명이 지하철을 탔다.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한 친구가 오른쪽 저쪽 칸에서부터 걸어오는 남자 이야기를 한다. 머리가 길다 던지 특이한 옷을 입었다던지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이다. 왼쪽의 친구는 그날따라 피곤하여 그냥 친구의 이야기만 귀로 듣고 있을 뿐이다. 원래 주변의 사소한 일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 말을 다 상대해 주기 귀찮기도 했던 것이다. 잠시 지하철이 덜컹거리고 어떤 남자가 왼쪽 친구에 부딪힌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 남자는 오른쪽을 향해서 자신이 가던 길을 간다. 오른쪽 친구는 깜짝 놀라 한다. 아까 그 친구가 말한 남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몇 초 전만해도 오른쪽 한 칸 전에서 이 칸으로 걸어오던 남자였는데 방금 왼쪽에서 걸어와 친구에 부딪힌 것이다.

이런 일도 착각으로 급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다.

밤에 침대에 벌렁 누웠다. 두 팔을 베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FM 라디오에서 익숙한 팝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천장의 형광등을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다. 갑자기 라디오 음악이 바뀐다. 흘러나오던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음악으로 바뀐 것이다. 방송사고 인듯했다. 그러나 잠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일어나 시계를 본다. 아침이다.

두 팔을 베고 누워 6시간 이상 깊은 잠을 잔 것일까? 그렇다면 일어날 때 팔이 저리거나 몸이 뻐근했어야 하지 않을까? 눈도 감지 않았다. 6시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말이다.

가끔가다 우리는 시공간을 뛰어넘는듯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방법으로 그것을 설명한다. 대부분 착각이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을 나무란다. 하지만 이것은 데자뷰 현상과 같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부정하고 일반적인 착각과 실수로 생각하여 입에 올리기도 민망해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이 내린 역이 실제 존재하지도 않은 역일 수도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다 다른 차원의 우주로 빠져버릴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양복을 멀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가 당황하는 얼굴로 나에게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역을 물어볼 때가 있을지 모른다. 자신은 분명히 그 역에 내려야 했다고 겁에 질린 모습으로 울부짖을 지도 모른다. 고압전류의 이 땅속 터널에서는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오늘의 불운아는 다행히도 내가 아니고 그 양복을 말쑥히 차려 입은 키 작은 중년의 남자인 것이다.

macca LIAR LIAR , ,

2008/03/20 04:22 2008/03/20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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