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지하철의 목적지 역을 한 정거장 앞서 A역에서 자리를 일어났다. 익숙한 정거장의 모습이다. 출입구 앞에 서서 한 정거장을 갔다. 그리고 문이 열리고 항상 그렇듯 무의식적으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내려야 할 B역이 아니다. 여기는 E역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 자신의 실수로 상황을 설명한다. 착각이라 던지 정신을 놓고 있었다던지 그런 변명을 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지극히 안정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친구인 여자 두 명이 지하철을 탔다.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한 친구가 오른쪽 저쪽 칸에서부터 걸어오는 남자 이야기를 한다. 머리가 길다 던지 특이한 옷을 입었다던지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이다. 왼쪽의 친구는 그날따라 피곤하여 그냥 친구의 이야기만 귀로 듣고 있을 뿐이다. 원래 주변의 사소한 일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 말을 다 상대해 주기 귀찮기도 했던 것이다. 잠시 지하철이 덜컹거리고 어떤 남자가 왼쪽 친구에 부딪힌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그 남자는 오른쪽을 향해서 자신이 가던 길을 간다. 오른쪽 친구는 깜짝 놀라 한다. 아까 그 친구가 말한 남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몇 초 전만해도 오른쪽 한 칸 전에서 이 칸으로 걸어오던 남자였는데 방금 왼쪽에서 걸어와 친구에 부딪힌 것이다.

이런 일도 착각으로 급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다.

밤에 침대에 벌렁 누웠다. 두 팔을 베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FM 라디오에서 익숙한 팝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천장의 형광등을 응시하고 있었을 뿐이다. 갑자기 라디오 음악이 바뀐다. 흘러나오던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음악으로 바뀐 것이다. 방송사고 인듯했다. 그러나 잠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일어나 시계를 본다. 아침이다.

두 팔을 베고 누워 6시간 이상 깊은 잠을 잔 것일까? 그렇다면 일어날 때 팔이 저리거나 몸이 뻐근했어야 하지 않을까? 눈도 감지 않았다. 6시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말이다.

가끔가다 우리는 시공간을 뛰어넘는듯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평범한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방법으로 그것을 설명한다. 대부분 착각이라는 말로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을 나무란다. 하지만 이것은 데자뷰 현상과 같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부정하고 일반적인 착각과 실수로 생각하여 입에 올리기도 민망해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이 내린 역이 실제 존재하지도 않은 역일 수도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다 다른 차원의 우주로 빠져버릴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양복을 멀쑥하게 차려 입은 남자가 당황하는 얼굴로 나에게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역을 물어볼 때가 있을지 모른다. 자신은 분명히 그 역에 내려야 했다고 겁에 질린 모습으로 울부짖을 지도 모른다. 고압전류의 이 땅속 터널에서는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오늘의 불운아는 다행히도 내가 아니고 그 양복을 말쑥히 차려 입은 키 작은 중년의 남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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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할이다.

내 몸에서 은단 냄새가 난다.

아저씨에게서 나는 은단 냄새가 난다.

분명히 꾸리꾸리한 냄새와 더불어 싸한 은단 냄새가 난다.

난 은단을 먹지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이상하다... 나만 느끼는 건가?

미쳐가는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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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에 보려는 영화의 영화평을 가끔 보게 된다. 예전에는 그 영화평에 많이 동요를 하여 영화를 보기도 전에 그 영화의 평을 내리기 일수였다. 하지만 어느새 영화전문 칼럼니스트나 기자들이 쓴 그 영화평이 내가 영화를 보는데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신문과 잡지에 영화평을 쓰는 그들과 나는 영화의 취향이 영 같지 않은 듯 하다.

신문에서 슈렉 3의 영화평을 읽게 되었다. 사실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지만 보면 읽게 되는 것이 영화정보와 영화평인 것 같다. 대체로 신선하지 못하다는 평이다. 그도 그럴 것이 3편까지 신선할 것 이라는 기대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영화평은 영화의 신선도를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를 슈렉 3가 내세우는 가족주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크린에 얼굴만 비춰도 총질을 하고 모든 소품은 폭발을 시키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건전한 가족영화로 또는 허무한 결말의 용두사미 스토리 영화로 치부했던 영화평들이 얼마나 많았나 새삼 놀라게 되었다.

 

할리우드 배우나 미국 팝 스타들이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이 하는 모습을 보고는 있지만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 사회전반에 깔린 분위기는 가족이 최우선 한다는 것 같다. 이는 이민으로 이루어진 미국역사에 뿌리가 있는 듯 하다. 미국의 회사들은 강제적 회식이 거의 없다고 들었다. 이는 개인주의 뭐 그런 느낌이 아니라 업무가 끝나면 아버지 또는 어머니들이 가족 곁으로 돌아가 가족을 돌보고 가족애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하는데 그걸 회사에서 못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식은 가족이 같이 초대되는 파티로 대체 되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참가하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 어디서 읽은 내용으로 모든 경우에 일반화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가족을 지키려는 주인공의 모습에 많은 미국인들은 얼마나 가슴 찡 했을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결혼 후에도 밤에 몰래 탈영해서 부인을 만나야 하는 스파르타 전사들처럼 우리의 가장들은 산업전선에서 회사를 위해 국가를 위해 이 한 몸 다 바쳐 견뎌내고 결국에는 쓰러져 내 자식에게 아버지는 조국을 위해 너희를 위해 죽었노라고단발마의 절규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오 이것이 삶인 것인데 가족만을 위해서 모든 회의와 업무를 뒤로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는 얼마나 비현실인 것인가……

 

사실 모든 것은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어제 밤 회식 자리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나도 가족 있다. 나도 위장병 있다고 말하면서 내가 붙잡은 동료나 부하직원들 또는 나를 잡은 그들……

가족에게는 돈만 가져다 주면 되는 것인지……

 

착취하는 강대국의 여유로운 가족 타령에 배알이 꼬여서 우리는 박박 기어서 땅을 파야 입에 풀칠을 한다고 항변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제적 회식, 기러기 아빠와 같이 선택적 문제에서 항상 뒤로 쳐지는 가족은 돈으로도 또는 사회적 성공으로도 다시 얻을 수 없는 큰 가치를 잃는 것이 될 것이다.


만화영화에 가족이 중심이라고 불평하는 영화전문 기자의 말에 심히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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